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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000만 원을 같은 금리로 굴려도 이자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10년 뒤 금액이 달라집니다. 복리를 이해하려면 수익률보다 ‘다음 이자가 어느 금액에 붙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복리, 두 번째 해의 2만 5천 원
가상의 사례로 1,000만 원을 연 5%로 운용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금리는 일정하고, 이자는 매년 말 한 번 붙으며, 세금과 수수료는 제외합니다. 첫해 이자는 50만 원입니다. 이를 원금에 합치면 두 번째 해에는 1,050만 원에 5%가 적용돼 52만 5천 원이 생깁니다. 처음 넣은 돈은 그대로인데 연간 이자가 2만 5천 원 늘어난 것입니다.
늘어난 2만 5천 원은 첫해 이자 50만 원이 새로 벌어들인 돈입니다. 이렇게 원금뿐 아니라 쌓인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방식이 복리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원금에만 이자를 계산하는 단리라면 매년 이자는 50만 원으로 같습니다. 복리의 차이는 첫해가 아니라, 받은 이자가 다음 계산에 참여하는 두 번째 해부터 나타납니다.
10년 뒤 단리의 원리금 합계는 1,500만 원이고, 연복리는 약 1,629만 원입니다. 복리 계산은 ‘1,000만 원×1.05의 10제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금액의 차이인 약 129만 원이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어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복리로 얻은 전체 이자 약 629만 원을 모두 ‘이자가 번 돈’이라고 부르면 원금 자체가 벌어들인 500만 원까지 섞어 설명하게 됩니다.
복리 효과, 이자를 꺼내면 달라집니다
매년 받은 50만 원을 별도 통장에 보관하고 그 통장에는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 뒤 처음 원금과 모아 둔 현금은 총 1,500만 원입니다. 반면 이자를 매년 다시 넣은 경우에는 약 1,629만 원이 됩니다. 이자를 소비하지 않았어도, 다시 수익을 만드는 곳에 두지 않으면 앞선 복리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매년 이자를 생활비로 썼다면 10년 뒤 남은 자산은 원금 1,000만 원입니다. 그동안 사용한 500만 원은 이미 누린 소비이므로 사라진 손실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쓸 돈을 받는 목적’과 ‘나중에 쓸 목돈을 키우는 목적’이 다른 만큼, 통장 잔액만으로 두 선택의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상품명에 복리라는 말이 없어도 만기에 받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재예치하면 복리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매번 같은 금리로 가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자에서 세금이 빠지거나 재예치까지 공백이 생기면 다음 수익을 만드는 금액이나 기간도 줄어듭니다. 실제 예상액을 계산할 때는 광고에 나온 금리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다시 넣을 수 있는 금액과 적용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추가 저축도 복리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장에 매달 돈을 넣어 잔액이 늘었다면 그 증가분에는 내가 새로 납입한 원금이 포함됩니다. 가령 1년 동안 매월 10만 원씩 넣어 잔액이 123만 원이 됐다면, 120만 원은 저축한 돈이고 나머지 3만 원이 수익입니다. 잔액 증가 전체를 복리 효과로 해석하면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를 과대평가하기 쉽습니다.
복리 계산, 시간만 늘리면 될까요
앞선 연 5% 조건을 20년 동안 유지하면 1,000만 원은 약 2,653만 원이 됩니다. 첫 10년간 늘어난 돈은 약 629만 원이지만, 다음 10년간 늘어난 돈은 약 1,024만 원입니다. 뒤의 10년에는 출발 금액이 이미 약 1,629만 원이어서 같은 비율도 더 큰 이자를 만듭니다. 시간이 금리를 높여 주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계산하는 바탕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 계산을 주식이나 펀드에 그대로 적용할 때는 해마다 일정한 수익률이라는 가정을 걷어내야 합니다. 100만 원이 첫해 20% 오르면 120만 원이지만, 다음 해 20% 떨어지면 96만 원입니다. 두 해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0%여도 원금은 4만 원 줄었습니다. 오를 때와 내릴 때 비율을 적용하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복리라는 계산 방식이 손실을 막아 주거나 장기 보유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목돈 계획에서는 예상 잔액 하나보다 그 숫자가 성립하는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이자를 계속 재투입할 수 있는지, 중간에 꺼내 쓸 돈은 없는지, 수익률이 달라져도 목표 금액에 도달하는지 함께 살펴보세요. 복리는 돈을 묶어 두기만 하면 작동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남겨 둔 수익이 다음 수익의 바탕이 되는 과정을 오래 이어 갈 때, 작은 차이가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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